최근 너무 바빠서 [대한경제부흥회] 를 읽고 난 이후에 책을 못 읽고 있었다가,
탄핵과 회사일로 너무 피폐해져가는거 같아서 가벼운 소설책을 읽기로 마음 먹었다.
도서관에서 무슨 책을 읽을까 돌아보다가 정지아 작가가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고민할 것 없이 바로 대출했다.
(집에는 소설보다는 정치,경제,과학류의 책이 있어서 도서관에서 대출받았다. ^^)
게다가 대한경제부흥회를 읽고 난 이후에는 그 책 역시 상당히 마음에 와 닿아
조카들한테 선물까지 했지만, 감상문을 쓸 여력은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꼭 감상을 남겨야 할 것 같았다.
프롤로그 부분은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 알게되었던 사실에 대해서 써있길래
이번 책도 유사한 내용인가 싶었다.
그러나 본론을 들어가보니 전혀 그게 아니었다.
전라도 중심으로 활동을 한 빨치산의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부끄럽게도 이 당시의 역사를 막연한 이승만의 독재와 양민학살로만 알고
그 외의 것은 잘 몰랐기에, 우리나라 빨치산이 이렇게 엄청난 투쟁을 해왔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심지어 TV 를 잘 안 보기에 예전에 "남부군" 이라는 드라마를 했을 때도
본 적이 없어서 이런 투쟁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책을 읽는 내내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펐다.
사실 빨치산이 공산주의라고 처벌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식으로 알려져있었지만,
아니, 나는 어릴 때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다. 그리고 몇 안되는 일부가 그런 것처럼.
그러나, 속살은 전혀 아니었다.
이런 세상을 만든 이승만을 우상화하려는 노력이 요즘 곳곳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다.
책을 읽는 동안 약간 빨치산들의 입장에서 쓰다보면 어느 정도 미화가 된 것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들기는 했다. 하지만, 최소한 정지아 작가님의 부모님은 굳건한
혁명의 정신으로 그 힘든 시간을 버텨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 분들이 그 당시 공산주의, 김일성정신에 대해 얘기하지만, 내가 느낀 그들은
이 땅의 서민이 살아가면서
남자와 여자, 부자와 빈자 상관없이 모두의 "평등" 을 외치고,
다같이 잘먹고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혹은 그런 혁명정신이 아니라면, 정부의 학살로 인해 빨치산에 참여한
우리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혁명을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보급투쟁을 하며
죽거나, 그래서 배신을 하는 사람도 포함되어 있어서 더욱 씁쓸했다.
인간이 먹고 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그걸 탓할 수 없지만, 그걸로 살아가는 이유를
저버려야하는 상황이란 참으로 씁쓸하다.
그건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러할테다...
결국 누구는 배고프고 누구는 먹는게 남아도는 이런 세상을 바꿔야한다.
단순하게 먹는걸로 표현했지만,
그게 하고 싶은 일이 될 수도 있고, 누리고 싶은 문화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 두명의 투쟁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책 속에서 유혁운이 말한 잘못된 제도를 바꿔가며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야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투쟁했음에도 여전히 세상은 기득권자들의 세상이다.
그걸 증명이나 하듯이 작년 겨울엔 윤석열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거기에 동조하는 기득권자들이 많았다.
만약 윤석열의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다시 그런 세상이 왔을거란 생각이 들며,
너무 무서웠다.
계엄의 스트레스를 피해 책을 읽었는데, 계엄이성공했다면 어땠을지
더욱 생생한 현장을 느낄수 있는 책을 보게된 것이다.
내가 그 당시에 살았다면, 빨치산이 될 수 있었을까?
빨치산이 안 되면 숨어서라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될 수 있었을까?
이번에 윤석열은 촛불행동 후원자들에 대해서도 계좌추적을 하였으니,
계엄이 성공하였다면 그 후원자들에 대해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 같다.
나도 그 중 하나일텐데, 나는 과연 어떻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과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이번에 탄핵인용이 완료되면,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하지만 여전히 기득권들이 훼방을 놓겠지.
인간이 변할거란 생각은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난 이후에 버렸다.
다만, 그런 인간들이 활개치지 못하게 사회 시스템을 더 잘 바꾸고,
법을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마지막 구절로 마무리한다.
우리는 정상에 오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우리의 또 다른 동지들이 정상으로 오를 것이다.
'평등' 이라는 말만큼 매혹적인 게 어디 있는가. 불평등한 세상이 계속되는 한
우리처럼 그 말에 자신의 생명을 걸고 불꽃같은 열정으로 또다시 꿈꾸는 자들이 생겨날 것이다.
...
어떤 이름으로건 기거이 오거야 말 해방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빛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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